2010년 4월 진해 ㅡ 남해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1879,8,29.음력7.12충남홍성출생 ㅡ1944년 입적)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누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님의침묵> 미래사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젊은이가 있다면 이 시를 들려주고 싶었다.
내가 주례를 서게 된다면 주례사 대신 이 시를 들려주고 싶었다.
한용운 시인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붉고 고운 얼굴(홍안)만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내가 고울 때만 사랑하는 게 하니라
늙어서 머리가 하얗게 되고 시들어갈 때도
사랑할 사람이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도 까닭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미소 짓고
즐거워하고 기뻐할 때만 사랑하지만 당신은 내가 눈물을 흘리고
고통스러워하고 슬퍼할 때도 사랑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쁘고 즐거울 때 사랑하기는 쉽다.
그러나 기쁨이 사라지고 눈물과 슬픔의 날을 보내야 할 때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인 것이다.
건강하고 젋고 발랄한 사람을 사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건강이 나빠지고 그러나 마침내 죽음이 찾아올 때도 죽음 이후 까지도
사랑할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랑이 진짜 사랑인 것이다. -118

2015.6. 제주도 (우도)
출처 > 도종환 엮음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할 시]
'좋은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멋진 친구야! ㅡ 용 혜원 ㅡ (0) | 2015.12.12 |
---|---|
알수없어요 (한 용운) (0) | 2015.12.12 |
나를 아름답개 하는 기도 (0) | 2015.11.10 |
도연명의 '귀거래사' 전문 (0) | 2015.11.08 |
[스크랩] 귀거래사(歸去來辭) - 김시우 (0) | 2015.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