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스크랩] 우리몸의 비밀

낙동강사랑 2018. 9. 13. 08:12

[진화생물학으로 풀어본 우리 몸의 비밀] 승패 가르는 모든 생명의 공통된 포즈
〈24〉몸을 크게 부풀리기


대천 해수욕장에 가면 콩알만한 복어 새끼들을 볼 수 있다. 해변을 때리고 물러나는 파도가 해변으로 밀려오는 파도와 만날 때 잠시 물결이 잔잔해지면서 물속이 드러난다. 이때 물살을 타고서 헤엄치는 복어 새끼들이 보인다. 손바닥으로 바닷물을 재빠르게 퍼 올린다.

한두 마리가 잡힌다. 콩알 같던 복어들이 순식간에 부풀어서 포도알처럼 커진다. 복어는 위험이 닥쳤을 때 순간적으로 바닷물을 흡입하여 몸을 크게 팽창시켜서 포식자를 물리친다.

다윈은 <인간과 짐승의 감정표현>에서, 위험을 만났을 때 이렇게 몸을 부풀리는 동물들을 열거한다. 수컷 도마뱀의 경우는 짝짓기 다툼을 할 때 목 밑의 주머니를 확장시켜 주름지게 하며 등지느러미를 곤두세운다. 코프라는 적을 만났을 때 머리를 치켜들고 앞가슴 쪽의 갈빗대 부분을 넓혀서 목 주변을 넓게 편다.

수탉 두 마리가 싸울 때에는 목 주위의 깃털이 곤두선다. 수컷 도요새도 마찬가지다. 병아리와 함께 있는 암탉에게 개가 다가가면 암탉은 날개를 쭉 펴고 꼬리를 치켜 올리면서 온몸의 깃털을 곤두세우고 개에게 돌진한다.


경쟁자에 무섭게 뵈도록 몸 일부 부풀려
다윈 “신경시스템에서 비롯된 감정표현”

백조도 그렇다. 수퇘지를 화나게 하면 등 쪽의 털이 곤두선다. 성난 사자도 갈기를 치켜세운다. 개는 등과 목을 따라 나 있는 털을 곤두세우고, 고양이는 몸 전체의 털을 치켜세운다. 특히 꼬리 부분의 털을 세운다. 화가 난 비비의 경우는 다른 부위의 털은 그대로인데 목에서 허리까지 등 쪽에 난 털이 모두 곤두선다.

찰스 다윈이 쓰듯이 “적이나 동료 경쟁자들에게 크고 무섭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피부의 부속 기관을 부풀린다.” 복어는 바닷물을 흡입하지만 개구리나 두꺼비는 공기를 빨아들여 몸을 부풀리고, 개나 고양이와 같은 포유류는 털을 곤두세우며, 독수리나 닭과 같은 조류는 깃털을 세우고 활개를 넓힌다.

조류의 깃털이나 포유류의 털이 곤두서는 것은 모근과 피부를 연결하는 미세한 ‘털세움근(Arrector Pili)’이 반사적으로 수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의 경우 소름이 돋고 머리털이 쭈뼛할 때 이 근육이 수축한다.

다윈이 말하는 표현의 종류 가운데 ‘신경 시스템에서 비롯된 감정표현’이다. 이와 함께 골격에 부착된 ‘수의근’을 움직여서 몸을 크게 보이게 하기도 한다.


맥아더 장군(가운데).

사진 속의 인물은 맥아더 장군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보름이 지난 1945년 8월30일에 점령지인 일본의 아츠기(厚木)시에서 부관들을 거느리고 찍은 사진이다. 검은 선글라스에 옥수수 곰방대를 물고서 다리를 약간 벌리고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활개를 젖히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다.

포화 가득했던 전장에서 곰방대를 물고 활보하는 것은 승전국의 최고 사령관에게만 가능한 특권이다. 진한 선글라스를 끼고 있기에 시선(視線)이 무엇을 향하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그의 언행을 예측하기 힘들기에 부하들이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다리를 벌리고 활개를 펴고 있기에 체구가 커 보인다. 복어든 수탉이든 인간이든,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싸움에 임하는 모든 생명들의 공통된 포즈(Pose)다.




김성철 교수(동국대 경주캠퍼스 )

출처 : 네이션 국제행정사 사무소
글쓴이 : 네이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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