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값 소송* 옛날 남원 고을에 계선이라는 퇴기가 있었다. 그녀에게는 일선이라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어머니가 기생출신인 관계로 그 딸 일선도 기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선은 용모도 아름다웠거니와, 머리가 비상하게 총명한 아이였었다. 남원고을 갑부인 최부자라는 자가 일선에게 미쳐서 일금 일천냥을 줄테니 일선의 머리를 자기가 얹게 해달라고 간청해 왔다. 그 당시에는 천냥 부자는 하늘이 안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였으니, 1천냥이라는 돈이 얼마나 거액의 금전이었던가를 가히 알수 있는 일이다. 일선이라는 기생은 1 천냥이라는 엄청난 돈을 받기로 약조하고 최부자와 잠자리를 같이하였다. 그런데 최부자는 철석 같은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잠자리를 같이하고 나서는 일금 3백냥밖에 주지않았다. 기생 일선은 크게 분개하여 나머지 7백냥을 죄다 받아내려고 관가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몸값이라고 말하기는 어쩐지 거북했기때문에 방을 빌려주었던 방값이라는 구실로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여자가 돈을 받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해 왔으므로 사또는 피고인 최부자를 원고와 한자리에 불러놓고 엄중 문초를 하기 시작햇다. 너 이놈! 네가 남의 방을 빌려 쓸때 1천냥을 주기로 약조를 했으면 마땅히 약조대로 1천냥을 지불해 줄 일이지 어찌하여 약조를 어기고 3백냥밖에 주지않았느냐? 최부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1천냥을 주기로 약조한 것은 사실이옵니다. 그러나 정작 그방에 들어가 살아보니 모든 조건이 3백냥짜리 밖에 되지 않았읍니다. 그래서 3백냥만 지불한 것이옵니다. 어떤 조건이 나빠서 3백냥 짜리밖에 되지 않더란 말이냐? 그 조건을 말씀드리겠읍니다. 첫째 제가 빌었던 방은 아무도 살아 보지 않은 새 방인줄만 알고 있엇는데, 그 방에는 제가 들기 전에 다른 사람이 이미 살았던 일이 있었고, 둘째 방이 필요 이상으로 휑하니 넓기만하였고, 셋째 그 방은 난방구조가 나빠서전연 뜨겁지가 않았읍니다. 그러니 그처럼 좋지 못한 방에 어찌 1천냥이라는 거액을 죄다 지불 하 수있으오리까? 피고 최부자의 말을 들어보면 그도 그럴 성싶었다. 이에 재판관인 사또는 고개를 끄덕이며 원고인 기생 일선에게 묻는다 피고의 진술을 너도 들어 알고 있겠지만, 네가 빌려준 방은 모든 조건이 나빴다고 하는데 너는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느냐? 기생 일선은 분노를 참지 못해 입술을 파들파들 떨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피고의 진술은 모두가 가당치 않사옵니다. 피고의 진술이 옳지 않다는 이유를 소인이 상세하게 말씀드리고 싶사옵니다. 세가지 조건이 어째서 모두가 당치않다는 것인지 어서 말해보아라. 첫째 피고는 자기가 빌었던 방이 새방이 아닌 헌 방이었다고 트집을 부리고 있사오나, 피고가 방을 빌때에 그 방이 새방이냐 헌방이냐 하는것을 소인에게 물어 본 일이 없었사옵니다. 본인이 물어 보지도 않는 방에 대해 소인이 무엇때문에 새방이니 헌방이니 하는 것을 자진해서 말하겠읍니까? 음...네말를 들어보니 그도 그렇구나. 그러면 첫째 조건은 그렇다치고, 그 다음을 말해 보아라. 둘째는 방이 지나치게 넓었다고 트집을 부리옵는데, 실상인즉 방이 넓은 것이 아니옵고, 피고는 그 방에 채울 만한 살림살이를 갖추고 있지 못햇읍니다. 자기 집 살림살이가 빈약한 것은 생각지않고 방이넓었다는 타박만 하고있는데, 그것도 이유가 닿지 않는 말이옵니다. 음...그도 그렇겠다. 방이 아무리 넓어도 살림살이가 풍부하면 방은 절로 좁아지게 마련이거든.... 그 다음, 난방 구조가 나빴다고도 말하고있는데, 거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거기대한 타박도 역시 가당치 않사옵니다. 그 방은 난방 구조가 나빠서 뜨거워지지 안았던 것이 아니옵고 불를 제대로 때지 못했기 때문에 차가웠던 것이옵니다. 불를 푸짐하게 때면 세상에 뜨거워지지 않는 방이 어디 있겠나이까? 불도 제대로 때지 못한 주제에 방이 뜨겁지 않았다고 나무라는 것은 적반하장도 이만 저만이 아니옵니다. 그러니까 폐일언하고, 소인은 최초의 약조대로 일금 일천냥을 받아내어야만 하겠습니다. 재판관인 사또는 기생 일선의 진술를 들어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쳤다. 이놈! 피고 최부자는 듣거라 .지금 원고의 말를 들어본즉,원고의 말은 구구절절이 옳은 말 뿐이로다. 그러니까 너는 잔말말고 잔금 7백냥을 이 자리에서 당장 지불하거라.만약 7백냥을 지불하지 않으면 볼기 70대를 쳐서 네 볼기짝을 산산 조각이나게 하겠다 -끝_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