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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리 땅 산줄기 백두대간

낙동강사랑 2010. 5. 12. 22:58

우 리 땅   산 줄 기,  백 두 대 간

 

1. 백두대간 개요

  전통 지리학은 나라의 땅을 산과 강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파악해 왔다. 다시 말해 산줄기는 강의 울타리가 되고 강은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서부터 지리 인식이 출발했다. 백두대간(白頭大幹)을 나라 산줄기의 근간으로 보고 거기서 갈래친 14정맥(正脈)을 가지산줄기로 보았다. 그러한 지리 인식은 신라시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대동여지도 등의 지도 또한 같은 개념 아래 제작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고 있는 소위 '태백산맥, 소백산맥' 하는 산맥은 1903년 일제의 조선 강점과 때를 같이하여 이땅에 도입된 것이다. 고또분지로(小藤文次郞)라는 일본의 지질학자가 처음 제안한 것을 지금까지 베껴 가르치고 있으며, 이후 몇몇 학자의 첨삭을 거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골격은 바뀐 것이 없다.
 

2. 산경표(山經表)

  [산경표(山經表)]는 조선 후기에 발간된, 이땅의 실제 지형을 족보책처럼 분류해 놓은 지리서이다. 책의 편찬자가 여암 신경준, 연도는 1769년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나 아직 확립된 것은 아니다. 원래는 필사본(筆寫本)이었으나, 육당 최남선의 조선광문회가 고전간행사업의 일환으로 1913년 다시 찍어낸 조선광문회본(印刷本)이 주로 퍼져 있다.

  산경표는 나라의 땅을 "산줄기는 강의 울타리가 되고, 강은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山自分水領)"는 관점에서 보았다. 대동여지도 또한 산경표의 지리인식과 전혀 다르지 않은데, 다만 산줄기의 명칭이 명시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

  산경표는 나라의 산줄기를 크게 15개로 나누고 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장장 4,000리(도상길이 1,625km)의 백두대간이 그 15산줄기의 종도리가 되고, 거기서 14정맥이 써까래처럼 동쪽 혹은 서쪽으로 뻗어 나라 땅의 골격을 완성하고 있다. 나라의 큰 강 10개는 이들 산줄기에 에워싸여 흐른다.
 

3. 백두대간과 태백산맥

  산맥은 땅 위에 실제로 솟아있는 산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땅 속의 지질구조를 기준으로 한 분류체계이다. 그래서 산맥은 산으로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며, 강물을 포함한다. 산맥은 시작이 없고 끝도 없으며, 주행에 일관성이 없다. 소속하는 산을 구별할 수도 없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는 산맥은 허상(虛像)이다.

  백두대간은 '눈에 보이는' 산을 기준으로 한 산줄기 분류이다. 대간과 정맥은 오로지 땅 위에 솟은 산만을 포함하며,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예를 들어 우리가 능선 종주등반을 한다고 하면, 대간 혹은 정맥을 타고 넘는 것이지 산맥을 따라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실제로 솟아 있는 산의 지형학  적 분류인 대간과 정맥은 실상(實像)이다.

  비유하자면 백두대간은 아파트 단지의 담장과 같은 존재이다. 아파트 단지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특정짓는 선은 바로 담장이다. 담장 안의 사람들은 한 식구라는 인식 하에 공통의 문화를 배양한다. 비록 멀더라도 사람들은 아파트 입구의 문을 통해 드나들지, 담장을 넘어다니지는 않는다. 즉 담장은 생활권을 구획하는 기준선이 되는데, 바로 대간과 정맥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

  반면 산맥이라 이름붙은 선(線)은 아파트에 매설된 전화선 같은 존재이다. 말하자면 "같은 전화선에 연결된 가구들에 같은 국번을 부여하여, 그것으로 가구 분류의 기준을 삼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전화국 입장에서 보면 편리한 방법일지 모르겠지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실제적 생활권과는 상관없는 일이며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분류 방식이다.

  담장과 전화선은 하는 일이 전혀 다르다. 서로 배척하거나 대치(代置)할 성질의 것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으로 공존의 명분이 된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상대의 역할을 대신하려할 때, 예를 들어 "같은 전화국번 가구들끼리 모여서 반상회를 하시오"하고 명령하였을 때 주민들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4. 한국학의 바른 잣대, 백두 대간

  역사, 민속, 언어, 음악, 건축, 음식, 도로, 기후, 풍습 등 한국학(韓國學)의 모든 연구 분류성과는 근본적으로 지리인식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경우의 '지리인식'이란 실제로 존재하는 산과 강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도되고 있는 한국학의 모든 연구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허상의 선, 다시 말해 산맥을 기준으로 행해지고 있다. 땅 속의 지질구조선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땅 위에 집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규정하는 잣대로서는 적절치 못하며, 연구 능률이 떨어지고 그 결과가 왜곡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산맥이 지금까지 교과서에 방치되어 있는 이유는 지리학자들이 아직까지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는 평평하다"라고 믿는다해도 별로 불편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당장 불편한 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해서 현행 산맥체계를 교과서에 방치해 둔다면 "한국학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생활권의 분류나 한국학의 연구가 실제의 지형, 다시 말해 백두대간과 14정맥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간과 정맥을 통해 내 땅을 보는 방식을 알게 되면 우리의 눈이 환해진다. 영산강 들노래와 섬진강 산노래가 왜 다른지, 동학군의 1차 봉기지역이 왜 전라 우도에만 국한되어 있는지, 한북정맥 야트막한 구릉 하나만 넘으면 왜 말씨가 갑자기 달라지는지, 하다 못해 보성과 벌교는 왜 금슬이 좋지 못한 것인지 금방 이해하게 된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뿌리깊은 지역적 배타성 또한 산줄기 분류를 보아야 납득이 갈 정도이다.
 

5. 교과서는 바뀌어야 한다

  교과서의 산맥은 나라의 지리를 이렇게 가르친다.

  "한반도의 지형은 흔히 서쪽에 있는 중국대륙을 향하여 모로 누운 거수(巨獸)의 뼈대에 비유된다. 거수의 등뼈에 해당되는 것은 태백산맥이고 갈비뼈에 해당되는 부분은 광주산맥, 차령산맥, 소백산맥 등 서남서 주향의 산맥들이다. 이러한 산맥의 사이에는 산맥과 평행하게 흐르는 하천들이 있으며, 하천을 따라 넓은 분지들이 발달하였다(최영준, [영남대로] 35-36쪽 요약)."

  나라의 지리인식이 결정적으로 왜곡되고 있는 부분은 갈비뼈에 해당한다는 광주산맥, 차령산맥 등 소위 서남서 주행의 산맥들이다. 실제적으로 이러한 산줄기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가공의 선이며, 허상이다. 교과서는 있지도 않는 산줄기를 가르치며, 그 산줄기에 평행하게 하천이 흐르고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허상이 그림자까지 만들어내는 것이다.

  산맥은 그것을 전공하는 대학으로 돌려보내져야 한다. 지질학을 전공하지 않을 다수의 백성들에게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칠 학문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마치 귀, 코, 폐, 심장 따위 기본 해부학은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되, 세포구조를 따지는 조직학은 가르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백두대간을 알면 나라땅이 명쾌해진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리에 따라 지리를 인식하면 산과 강이 내 집처럼 밝아지며, 대간이나 정맥의 유용성에 길들여지면 산경(山經)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지도는 판독하기가 귀찮아진다. 지도에 산경을 표시해 보면 도로가 왜 그렇게 날 수밖에 없었는가, 철도 터널이 왜 거기에 뚫려 있는가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구배(勾配)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 철도는 특히 지형에 민감하여, 거의 모든 철도가 강줄기를 따라 다니게 되어 있다. 그래서 강줄기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장벽, 다시 말해 대간과 정맥에 터널이 뚫리는 것이다.

  자연 시험에 미토콘드리아와 DNA라는 답을 쓸 수는 있어도, 들판에 나가면 꽃 이름 하나 댈 수 없는 우리나라의 피상적 교육은, 사회과목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사회 교과서는 당연히 바뀌어야 하며, 그것에 대한 이유는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준거는 이 것이다.

  "교과서에서 산맥이 가르쳐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산맥을 배움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지식은 과연 무엇인가?"
 

6. 우리나라의 산줄기 체계

1대간 1정간 13정맥  ( [산경표]에 의함 )

백두대간

나라 전체의 기둥산줄기

 

장백정간

= 장백정맥

 

청북정맥
청남정맥
한북정맥
한남정맥
금북정맥
금남정맥
낙동정맥
낙남정맥
임진북예성남정맥

청천강의 북쪽, 압록강의 남쪽 울타리
청천강의 남쪽, 대동강의 북쪽 울타리
한강의 북쪽, 임진강의 남쪽 울타리
한강의 남쪽 울타리
금강의 북쪽 울타리
금강의 남쪽 울타리
낙동강의 동쪽 울타리
낙동강의 남쪽 울타리
임진강의 북쪽, 예성강의 남쪽 울타리

강이름에서 따온 것 (9개)

해서정맥
호남정맥

대동강의 남쪽울타리
섬진강을 에워싸는 울타리

지역명에서 따온 것 (2개)

한남금북정맥
금남호남정맥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이 겹치는 공통산줄기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이 겹치는 공통산줄기

두 개의 정맥이 겹치는
공통산줄기 (2개)

대간과 정맥에 의해 구획된 수계(= 유역)는 하나의 생활문화권이다
 

7. 지리에서 백두까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도상거리 1,625km (남한 675km, 북한 950km / 진부령 기준)
  나라의 중심산줄기로서 모든 역사적, 문화적, 인문지리적 경계선
  백두산은 특히 나라 모든 산의 근원으로서, 우리나라가 섬이 아니라는 지형학적 증거
  단군신화가 깃든 민족의 성산 → 일본은 산맥체계 도입하면서 백두 말살 정책

(1) 1909년의 간도협약을 통해 백두산과 천지를 일방적으로 청국에 넘김
(2) 백두대간을 마천령산맥, 함경산맥, 태백산맥, 소백산맥으로 분해함
(3) 백두산이 속한 산맥을 가능한 한 가장 짧은 줄기로 잡고, 백두라는 이름을 뺌
(4) 백두산 최고봉을 '대정봉(大正峰)'이라 명명함 ( '대정'은 당시 일본왕의 이름 )
(5) 지도에 백두산을 아예 그려넣지 않음

 

□ 백두대간 여행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백두산(2744m)→북포태산(2289m)→대각봉(2121m)→희사봉(2117m)→향로봉(1600m)→백산(1452m)→추애산(1530m)→금강산(1638m)→마기라산(1312m)→설악산(1708m)→오대산(1563m)→
두타산(1353m)→태백산(1567m)→소백산(1439m)→속리산(1058m)→덕유산(1614m)→지리산(1915m)

 

 

 

 

 

 

 

출처 : 구미시산악연맹
글쓴이 : 알파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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