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산은 어떻게 가야 하는가?

낙동강사랑 2017. 1. 18. 20:12

달리거나 전투하듯?

아니다.

산은 천천히,널널히,유유히,표표히 가야 할 것이며,

산에 안기며,느끼며 ,품으며,즐기며 갈 일이다.

 

                                                                                                 거제도의지리산

산은 천천히,

빠르고 경쟁이 만연해 있는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천년바위의 고독을 찾아서 수백년 나무의 영혼을 보듬기 위해, 

계곡에서 솟아오르는 스카프같은 운무를  돌아보라

때로는 두발의 노고도 걸어 온  먼 길을  돌아보라

때로는 발밑의 아주 작은 산꽃을 돌아보기 위하여 ,

그러다 자신의 영혼을 돌아보기 위하여 천천히 갈 일이다.

 

 

                                                                                               

산은 널널이  해뜨기 몇 시간 전에

산입구에 서서 혹여 일출이 있을까 기대하며,

오르는 등정에서 새벽 산새의 지저김을 들으며,

나무잎에서 피어오르는 새벽안개도 보며

부산히 하루를 일구는 작은 곤충들의 날개짓도 보고

바뿔바 없이 주말 하루라도 있던 것  모두 떨치고,

발걸음과 호흡을 새며 나가야 할 일이다.

 

                                                                                                가야산 만물상능선

비록 산속에서 해가 져도 일몰의 낙조를 보며

분홍빛 그 빛깔로 얼굴을 물 들이며

한갓 불빛에 의지하며

얼마나 인간이  나약한지 느끼며 뒤로 걷듯이 내려올  일이다.

 

                                                                                                         비룡폭포

산은 유유히 시간의 유장한 흐름을 바로 바라보며,

흐르는 구름처럼 ,얼굴을 간지르는 바람처럼

산등성이를 따라 버리며 흩으며 갈 일이다.

 

 

 

 

마음과 몸에 담은 모든 거치장스러운 것을 벗고

때로는 신발벗고 양말벗어 마음도 벗어 한 가슴에 안고

멘발로 고요히 운무로 거닐 일이다.

 

도계 이끼폭포

 

산은 표표히 아무 것도 지니지 않은채

세상의 무게를  모두 내리고,

오직 맘만   가지고  가벼히 갈 일이다.

작은 번민들 ,큰 세상 일들을 제 일인양

하던것을 방에 놓아 두고

홀로 옷도 걸치지 않은 양 오르고 내려 올 일이다. 

 

 

 

산에는 안기며 갈 일이다.

자애로운 어머니 품에 안기듯이  두려움을 갈무리하고 ,

태초에 빛과 어둠만이 생길 때처럼

태양과 달의 빛만으로 어미젖을  더듬듯이

안기며 더듬으며 갈 일이다.

 

 

산에는 느끼며 갈 일이다.

새벽 이슬에 함초롬이 젖은 꽃잎을 쓰다듬고 ,

휘감아 안기어 오는 청량한 샘물같은 바람도 들이 마시며,

비에 젖어 향기내는 솔 갈비,

떡갈낙엽의 푸근한 내음을 맡으며,

바위에서 나오는 그 유장한 숨결을 들이쉬며 갈 일이다.

 

 

산에는 갈등으로 잃었던 사랑하는 이들을

용서하고 용서를 구하며,

내가 살아가며 가졌던 칠정오욕을 품으며,

사랑 함니다, 축복함니다, 감사함니다를

온몸으로 품어며 갈 일이다.

 

 

 

 

 

 

산에는 즐기며 갈 일이다,

세상의 근심을 내려놓고,

산과 들과 내와 하합하며 ,

들꽃 들풀과 친구하며 

희희낙낙 맘과 몸을 풀고  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