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여름 밤 그 속으로

낙동강사랑 2022. 7. 23. 13:56

여보게 친구 부탁 하나 있네 올여름 막바지 더위

자네 고향 마을 시골집 하룻밤 좀 빌리세

이왕이면 달이 조금 덜 찬 다가오는 열사흘이 좋을듯

 

저녁엔 마당에 멍석 펴고모깃불 피우고

칼국수와 감자로 잊혀진 입맛 당겨 보세

칼국수는 우리 할멈한테서 야무지게 배워 두었으니까

오래 묵은 국화주 한 병 끼고 감세

 

어둑어둑 땅거미 내리면 지겟목에 초롱불 내걸고

심지는 조금만 하세 초가지붕 하얗게 핀 박꽃이 거들고

동에서 서녘으로 길게 내리 꽃이는 流星도 보탤걸세

 

그날 밤 하늘과 땅은 골머리를 앓겠구만

달님이 어린 별들을 일찍꾸짖어 재우고

우리 또래 별들만 불러와 자네와 나의 정수리 위에 반짝반짝 박아줄 것이고

귀에 익은 귀뚜라미 창가는 흥을 거들어줄 태니까

그 뜨끈한 밤 자네와 나 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할까

 

잠자리 걱정은 말게 낮 동안 하늘이 걸치고 있던

폭신한 새털구름 한자락 끌어와

배만 걸치면 취기의 잠자리는 그만이고

 

잠자리가 뒤척이면 한 곡조 선물 하지

내가 자주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지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작가 : 우종구*봉화군 상운 면  반송 출신

                          대구교대 졸업 ,교장 정년 퇴임 (경산 하양초),

                           등단 시인 ㅡ2004.월간 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