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詩

오리의 짧은다리

낙동강사랑 2017. 6. 29. 03:10

오리의 짧은 다리

【시조】- 김구(金絿)

   오리의 짧은 다리 학의 다리 되도록애

   검은 가마귀 해오라비 되도록애

   향복무강(享福無疆)하샤 억만세를 누리소서.

【어구 풀이】 

<오리의 짧은 다리> : 원문에는 '올해 댤은 다리'로 되어 있다.

<되도록애> : 애는 되도록을 힘주는 말씨. 될 때까지

<해오라비> : 해오라기의 옛말

<향복무강(享福無疆)하사> :언제까지나 복을 누리시어

<억만세> : 억만 년

【현대어 풀이】

   오리의 짧은 다리가 학의 다리처럼 길어질 때까지,

   검은 까마귀가 해오라기처럼 희게 될 때까지,

   무궁토록 복을 누리시며 억만 년까지라도 잘 사소서. 

【해설

   지은이가 달밤에 옥당에서 글을 읽고 있었는데, 중종 임금께서 그 소리를 들으시고 술을 내리시며, 노래도 잘할 터이니 한 번 불러 보라고 술가지 내다주시매, 감격하여 즉석에서 지은 연시조 두 수를 지어 바쳤다. 그 중의 하나이다.

   김구의 <자암집(自庵集)>에 따르면, ‘중종깨서 달밤에 자암의 글 읽는 소리를 듣고 노래도 잘 할 터이니, 한 번 부르라고 술까지 내리어 명하므로, 즉창(卽唱)으로 지은 것’이라고 되어 있다.

   이 시조의 배경이 되어 있는 중종(中宗)은 조선 역대 왕 중 가장 호학(好學)하던 명군(明君)의 한 분인 성종(成宗)의 둘째아들이요, 또 유래 드문 폭군이었던 연산군(燕山君)의 뒤를 이은 임금이요, 근 40년간이나 장기(長期) 재위(在位)한 임금이다.

【개관】

▶지은이 : 김구(金絿)

▶갈래 : 평시조, 서정시

▶성격 : 축수가(祝壽歌)

▶주제 : 임금님의 향복무강을 빎

▶출전 : <자암집(自菴集)>

【감상】

   중종은 명군 성종의 둘째 아들이요, 폭군 연산군의 뒤를 이여 근 40년간이나 선정을 베푼 어진 임금이다. 청년 시절을 연산군 치하에서 지내 온 지은이가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현군을 맞이하여 온 백성의 숭앙을 받는 임금의 남다른 총애에 대한 감격이기에 각별한 데가 있을 것이 아닌가. 이런 배경으로 미루어 볼 때, 이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도 납득이 될 것이다.

   중종은 즉위하자 연산군의 폐정(弊政)을 바로잡고, 문벌세가(門閥勢家)의 횡포를 막고자 현량과(賢良科)를 채택하는 등 쇄신책을 썼다. 여기에서 이 노래의 뜻이 풀린다. 지은이 김구는 20세 전후를 연산군 치하에서 보냈다. 그러므로 이 시조의 본뜻은, 단순히 중종(中宗)이라는 한 임금으로부터 개인적인 은총을 받았다는 데 대한 단순한 감격과 같은 것은 아예 아니다.

   지은이도 제세(濟世)의 포부에 살던 선비인 만큼 그리 졸(拙)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므로 서정개신(庶政改新)으로 혁세(革世)의 의지를 보인 중종에 대한 국민적 존경의 뜻으로 노래한 것임을 이해해야만 이 시조 전체의 참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이상보 : <명시조감상>(일유문화사.1970) -

 

   오리의 짧은 다리가 학의 다리처럼 될 수 없는 것이며, 검은 까마귀가 백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될 때까지 만수무강하여서 백성들을 잘 다스려 달라고 노래하는 글이다. 지나친 과장이 들어있다.

   그러나 표현 속에 담고자 했던 속뜻을 헤아려 읽어야 할 것이다. 중종은 연산군의 폐정을 바로잡고 널리 인재를 등용한 왕으로 신하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 작자 또한 조광조와 더불어 도학정치에 뜻을 가지고 평소 중종을 존경하고 충성을 다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기묘사화가 일어나자 김구는 먼 섬으로 유배를 가게 되고 그 유배지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한 경기체가 <화전별곡>을 짓고 자연시조를 지으면서 세월을 보냈다.

   작자는 어려서부터 학문에 열중하여 연산군 9년 한성시(漢城試)에 1등으로 뽑혔고 생원, 진사시에서 모두 장원을 차지하여 시관을 놀라게 했다. 일찍부터 성리학 연구에 전념하여 학문의 깊이가 조광조, 김식과 견줄 만하다 했다고 한다. 음율에도 뛰어나 안평대군, 양사언, 한호등과 더불어 조선전기 4대 서예가로 손꼽힌다.

   시조 5수와 수많은 한시, 그리고 경기체가인 화전별곡이 그의 문집인 <자암집>에 전하고 있다. 국문학자들은 자암 김구가 정치적 격동기였던 중종 때 절의를 지킨 기묘명현의 한사람으로 또한 뛰어난 서예가라는 것보다 5수의 시조작품을 민족 문학의 유산으로 남겨놓았기 때문에 더욱 주목되는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은이가 달밤에 옥당에서 글을 읽고 있었는데, 중종 임금께서 그 소리를 들으시고 술을 내리시며, 노래도 잘할 터이니 한 번 불러 보라고 함에 감격하여 즉석에서 연시조 두 수를 지어 바쳤다. 그 중의 하나이다.

   이 시조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표현하여, 영원한 복을 축수하고 있다. 오리의 다리가 학의 다리같이 될 수는 없을 것이며, 까마귀가 백조가 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될 때까지 오래 오래 사셔서 이 나라 이 백성을 다스려 달라고 비는 마음을 어찌 지나친 과장이라고만 하겠는가?

   우리 시가에 있어서 이런 유형의 비유는 흔히 쓰이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부르는 애국가, 고려가요의 <정석가> 등이 그 대표적인 것이라 하겠다. 불가능한 현상을 제시하고 그 절대성을 강조하는 수법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일종의 종교적인 신념이나 염원 같은 것이 깃들어 있음을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짧은 오리의 다리가 학의 다리같이 될 수는 없는 것이며 검은 까마귀가 흰 백로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조는 불가능한 것, 비현실적인 것을 가능한 것, 현실적인 것으로 표현하여 영원한 복(福)을 축수(祝壽)하고 있다.

   물론 이는 지나친 과장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 가능성의 유무를 떠나 그 표현 안에 담긴 의미를 읽어야 한다. 이렇게 오리가 학이 되고 까마귀가 백로가 될 때까지 임금께서 오래오래 사셔서 이 나라 백성을 다스려 달라고 비는 마음을 어찌 지나친 과장이라고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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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김구가 중종에게 바친 시조 두 수 중 나머지 한 수는 다음과 같다.

【시조】

   나온댜 금일이야 즐거온댜 오늘이야.

   고왕금래(古往今來)에 유(類)없는 금일이여

   매일이 오늘 같으면 무삼 성이 가시리.

【현대어 풀이】

   좋구나 오늘이여! 즐겁구나 오늘이여!

   옛날에도 다시 없는 오늘이여!

   날마다 오늘만 같다면야 무슨 걱정이 있겠다고 속을 썩히겠는가?